나이가 들수록 같은 컵만 쓰게 되는 이유
주방 찬장을 열어보면 컵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선물 받은 머그컵도 있고, 여행지에서 사 온 컵도 있고, 예전에 예쁘다고 사 온 컵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실제로 사용하는 컵은 늘 비슷합니다. 아침에 물을 마실 때도 그 컵이고, 커피를 마실 때도 그 컵입니다. 설거지를 마친 뒤 다시 꺼내 놓는 컵도 결국 같은 컵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컵보다 늘 사용하던 컵을 찾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혹시 요즘 이런 모습이 익숙하지 않나요?
✔ 컵은 많지만 늘 같은 컵만 사용한다
✔ 새 컵보다 손에 익은 컵이 편하다
✔ 찬장을 열면 특정 컵부터 찾게 된다
✔ 오래된 컵인데도 쉽게 버리지 못한다
✔ 손님용 컵은 그대로 두고 내 컵만 사용한다
아침을 시작하는 늘 같은 컵
아침에 눈을 뜨고 가장 먼저 향하는 곳은 주방입니다.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고 찬장을 엽니다. 컵은 여러 개가 있지만 손은 고민하지 않습니다. 늘 같은 위치에 있는 컵을 집어 듭니다.
그 컵이 특별히 비싼 것도 아닙니다. 디자인이 뛰어난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손에 쥐는 순간 편안합니다. 무게도 익숙하고, 입에 닿는 감촉도 익숙합니다. 아침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예민해서 낯선 것보다 익숙한 것을 먼저 찾게 됩니다.
주말 아침도 다르지 않습니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도 가장 먼저 찾는 것은 늘 같은 컵입니다. 하루를 시작하는 방식이 반복되면서 컵 하나도 생활의 일부가 되어 버립니다.
점심 이후 커피를 마실 때도 같다
점심을 먹고 난 뒤 커피 한 잔을 마실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로 산 머그컵이 찬장 안에 있어도 결국 손은 늘 쓰던 컵을 찾습니다. 설거지 후 아직 물기가 남아 있으면 괜히 다른 컵을 쓰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젊을 때는 새로운 물건을 사용하는 즐거움이 컸습니다. 지금은 조금 다릅니다. 새로운 컵이 주는 설렘보다 익숙한 컵이 주는 안정감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커피 맛은 같아도 기분은 달라집니다.
손님용 컵은 늘 그대로 남아 있다
주방 한쪽에는 손님용 컵들이 있습니다. 세트로 맞춘 유리잔도 있고, 예쁜 찻잔도 있습니다. 한때는 손님이 오면 사용하겠다고 정성스럽게 준비해 둔 것들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꺼낼 일이 많지 않습니다. 가끔 먼지를 닦으며 정리할 뿐입니다. 정작 나는 늘 같은 컵으로 물을 마시고 차를 마십니다. 사용하기 위해 산 물건보다 바라보기 위해 남겨둔 물건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설거지를 마친 뒤에도 가장 먼저 챙기는 컵
설거지를 마친 뒤 식기 건조대에 놓인 컵들을 정리할 때도 비슷합니다. 다른 컵들은 찬장 안쪽으로 들어갑니다. 하지만 내가 자주 쓰는 컵은 가장 꺼내기 쉬운 자리에 놓습니다.
내일 아침에도 사용할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별것 아닌 행동 같지만 그 안에는 현재의 생활 방식이 담겨 있습니다. 자주 사용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분명해진 것입니다.
마트에서 컵을 보면서도 쉽게 사지 않는다
마트나 생활용품점에 가면 예쁜 컵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색깔도 다양하고 디자인도 좋아 보입니다. 예전 같으면 하나쯤 집어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요즘은 한참 바라보다가 다시 내려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집에 이미 충분한 컵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내가 실제로 사용할 컵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행지에서도 비슷한 컵을 찾게 된다
가끔 여행을 가서 숙소에 머물 때가 있습니다. 아침에 제공된 컵으로 물을 마시거나 커피를 마시게 되는데 이상하게도 집에서 사용하던 컵과 비슷한 형태의 컵이 편하게 느껴집니다.
손잡이 크기나 무게가 익숙한 컵을 보면 괜히 마음이 놓입니다. 낯선 공간에서도 익숙한 감각을 찾으려는 행동인지도 모릅니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환경보다 안정적인 환경을 선호하게 되는 모습과도 닮아 있습니다.
금이 갔는데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컵
오래 사용한 컵 중에는 작은 흠집이 생긴 것도 있습니다. 손잡이 부분이 조금 닳았거나 바닥이 희미하게 변색된 컵도 있습니다. 심지어 미세한 금이 갔는데도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컵에는 시간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이사를 갈 때도 함께 가져왔고, 힘들었던 시기에도 식탁 위에 있었고, 평범한 하루에도 늘 함께 있었습니다. 물건 자체보다 그 물건과 함께한 시간이 아까운 것입니다.
새로운 것보다 익숙한 것이 편해지는 변화
젊을 때는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즐거움이 컸습니다. 새로운 장소, 새로운 물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이 설렘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익숙한 것이 주는 안정감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심리학에서는 반복적으로 접한 대상에 더 큰 친밀감을 느끼는 경향을 설명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굳이 이론을 몰라도 알 수 있습니다. 매일 사용하던 컵을 손에 쥐었을 때 느껴지는 편안함은 누구나 경험해 보았을 테니까요.
컵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시작하는 방식
생각해 보면 우리는 컵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시작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늘 같은 컵으로 물을 마시고 커피를 마시는 일은 반복이지만, 그 반복이 주는 안정감도 있습니다.
중년 이후에는 삶이 더 단순해지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나에게 편안한지 분명해지는 것 같습니다. 같은 컵을 찾는 행동도 그런 변화 중 하나일지 모릅니다.
지금 시도해 볼 수 있는 작은 변화
✔ 매일 사용하는 물건을 한 번 둘러보기
✔ 익숙한 물건이 주는 편안함 느껴보기
✔ 사용하지 않는 컵 정리해 보기
✔ 좋아하는 컵으로 천천히 차 한 잔 마셔보기
✔ 물건보다 그 안에 담긴 시간을 떠올려 보기
마치며
나이가 들수록 같은 컵만 쓰게 되는 이유는 게을러서도 아니고 변화를 싫어해서도 아닙니다. 오랜 시간 동안 나와 함께한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 때문입니다.
오늘 아침에도 무심코 같은 컵을 꺼냈다면 그것은 단순한 습관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복잡한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가장 편안한 것을 먼저 선택하는 중년만의 방식일 수 있습니다. 삶은 생각보다 거창한 곳에서 바뀌지 않습니다. 매일 손에 쥐는 작은 컵 하나에도 지금의 내가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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